뉴질랜드에서 자궁적출 수술받은 후기 2부입니다.
수술 전에 제 상태는 정말 엉망이었습니다.
철분주사를 맞아서 실질적인 헤모글로빈 함량은 정상에 가깝게 돌아왔으나,
제가 느끼는 피로감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었습니다.
철분이 모자란 나머지 머리숱이 엄청나게 빠지기 시작했고요,
머리가 너무 많이 빠져서 두피가 아플정도 였어요.
게다가 머리카락과 피부에 윤기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머리카락은 진짜 인형머리결 같았고, 피부는 무슨 화장품을 발라도 안되었죠.
임시 폐경 주사
한국을 가기 몇주전에 복강경 의사가 다시 연락이 왔어요.
한국 가서도 피를 너무 많이 흘리면 안 되니, 3개월 동안 임시로 폐경을 만들어주는 주사를 처방해 주겠다고요.
처방받은 주사를 받아서 GP 등록된 병원으로 갔더니,
그 병원 간호사 할머니가 자신은 평생 한번도 이 주사를 놓아본 적이 없다며 ㅎㅎ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의사 처방이 있어야 해서, 그 병원 의사가 왜 폐경주사를 맞는지 다시 확인을 한 후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생각보다 아프더라구요.
근데 이 폐경주사가 저에게는 완전 안~~~심!
거의 두달 가량, 거의 매일 하혈을 하고, 언제 또 폭풍하혈을 할지 몰라 걱정의 연속이었는데,
진짜 신기하게도 생리가 멎더라구요. 덕분에 한국은 맘 편히, 몸 편히 다녀왔습니다.
와 근데 작년 겨울 굉장히 추웠던거 기억나세요?
윤기하나 없는 피부가 한국 겨울의 추위를 만나니, 실제로 생살이 찢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 웃기네요. ㅎㅎㅎ 밖에 돌아다닌다고 얼굴에 피가 나다니 ㅎㅎㅎ
복강경 자궁 적출수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복강경 자궁 적출 수술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희 수술 받은 병원은 Ascot Hospital이었습니다.
뉴질랜드 처음 도착해서 Greenlane 살 때, 환이 ACC 응급으로 몇 번 갔었기 때문에 많이 낯선 곳은 아니었습니다.
수술을 하기전에 환자등록을 하고, 질문지를 작성하고, 수술동의서를 제출하고, 보험료를 관련 어떻게 지불할 것인지 확인을 하고, 마취과 의사와 통화를 해야 합니다.
마취과 의사의 통화는 굉장히 꼼꼼하게 진행되었구요, 마취에 대한 부작용이 있는지, 수술 경험이 있는지 그런 것들을 미리 체크하였습니다.
수술 1-2일 전
피검사를 다시 해야하며, 수술 중 만약에 경우 필요할 수혈용 피를 요청해야 합니다.
수술 당일
오전 11시였던 수술이 아침 8시로 당겨졌습니다. 수술 전 6시간 전에는 금식에 물도 마시면 안돼서, 일어나자마자 병원으로 갔어요. 아스피린 같은 피 응고를 지연시키는 약을 복용해서도 안되고요.
아침에 병원을 가면 갈아 있을 옷을 주고, 혈액 순환을 좋게한다는 압박 양말을 주더라고요.
담당 의사가 와서 마지막으로 간단히 상태 검사를 하고,
다음으로 마취가 의사가 와서 다시 상태 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남편은 병동에 가서 기다리기로 하고 헤어졌어요.
저는 뭐 내시경 검사를 할때 마취제를 맞으면 좀 오래 버텨봐야지 맨날 생각만 하는 편인데,
역시나 이번에도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왜 이렇게 쓸데 없는 질문을 많이 하나 했더니,
마취가 되나 안되나 확인하는 거였나 보네요.
다시 눈을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사실 잘 기억도 안 나고, 눈도 잘 안 떠질 때였는데,
간호사가 어디 아픈데 없냐고 물은 기억이 나네요.
생각보다 아프질 않아서, 1-10까지 통증이 어느정도냐 라고 하길래,
one? two? 정도라고 했더니, "Good" 하더니, 니네 언니가 먹을 거 엄청 많이 사 왔다고 하며 병실로 데려다줬어요.
병실에 돌아와서 비명사명 자고 일어나보니, 정신이 들더라고요.
병실은 무려 1인실!!입니다. 그 병원 전체가 1인실만 있는것 같았어요.
게다가 음식을 마치 호텔 룸서비스처럼 시켜먹는 곳이었어요.
수술 후 깨자마자 바로 밥을 먹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아무 때고 아무 때나 시켜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진짜 이게 웬 떡이었으나,
수술하고 몇일 동안은 아무래도 입맛이 돌아오지 않아, 남편과 언니와 조카들이 주로 호강을...
막 엄청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는 병원밥 치고는 굉장히 훌륭다고 생각합니다.
배꼽포함 총 4군데를 잘라서 복강경을 수술이 진행되었어요.
간호사는 처음에는 2시간에 한번씩 방문해서 혈압 체크를 해주었고요,
약은 시시각각으로 주더라구요.
진통제를 쎈거를 써서 그런지, 수술을 하고도 사실 크게 아프지 않았습니다.
너무 안아파서 이게 맞는 건가 할 정도였어요.
외부인 방문은 9시까지만 가능해서 가족들이 다들 집에 갔는데,
간호사들이 하도 자주 방문을 해줘서 불편함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변줄도 하고 있을 때라 화장실을 갈 필요도 없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피 순환을 좋아하는 허벅지 압박용 기계를 계속하고 있어야 해서 잠에서 자주 깼다는 점 이외에는요.
수술 +1일
아침이 되니 수술의가 와서 간단히 상태를 설명해줍니다. 수술을 잘 진행되었고, 근종 샘플은 추가 검사를 위해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달 후에 경과를 보자고 하고 바이바이를 했습니다.
그 뒤로 마취과 의사도 와서 어디 불편한게 없는지, 수술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설명을 아주 잘해주더라고요. 마취과 의사님이 나 담당의인 줄...
둘째 날은 점점 정신도 더 나고, 움직이는 건 조금 불편하지만, 뭐 거의 움직일이 없으니 침대에 쭉 누워서 죽 먹고, 다운로로드 해간 영화 보고, 약 먹고, 자고, 이렇게 시간이 갔습니다.
그리도 아마 이날 소변줄도 제거했던 것 같아요, 소변줄 제거 후에는 이제 슬슬 걸어도 된다고 하더라구요. 소변줄 제거 전에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지 하나도 아프진 않았습니다.
수술 +2일
마취과 의사가 아침에 다시 한번오더니, 이 정도면 뭐 거의 회복이 된 거라 원한다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어요.
근데 보험이 3일까지는 커버가 되기 때문에 집에 갈까 고민을 하다가, 하루 더 입원하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환자용 침대가 더 편할테니까요.
이날은 그래도 제법 복도를 걸어다녔습니다.
수술 + 3일 + 퇴원
아침이 되어서 또 밥을 먹고, 퇴원 수속을 합니다. 그날도 간호사가 바빠서 그런지 거의 점심시간이 되어서야 퇴원시켜주더라고요.
간호사가 와서, 먹어야할 약을 산더미같이 주고, 언제 먹어야 하는지 설명을 해줍니다.
샤워는 바로 해도 되고, 녹는 실을 썼기 때문에 다시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다.
상처에 붙여놓은 거즈(?)는 방수이기는 하나 물이 너무 많이 닿았을 경우 습기가 더 찰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떼버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등등을 설명해 준 후에 퇴원을 하였어요.
집으로 와서는 거의 자고, 먹고, 누워서 티비보고, 연속이었습니다.
진통제를 넉넉하게 챙겨주기 때문에 역시 크게 아프다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이만하면 진통제를 좀 덜먹어도 되지 않나? 싶었는데, 역시나 진통제를 줄였더니 아프긴 하더라고요.
대신 마약성 진통제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은 다 먹지는 않았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하면 의사가 2주간 휴식을 취해야한다는 진단서를 줍니다.
그리고 3주째 부터는 집에서 서서히 일을 할 수 있다. (몸 쓰는 일 x)
4주째부터는 서서히 운전을 할 수 있다.
6주째부터는 평상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3달 후부터는 운동을 시작할 수 있다.
수술 + 10일
사실 생각보다 진통이 거의 없었고, 밥맛도 수술 후 일주일부터 급속도로 정상적으로 돌아오고,
나는 너무 회복이 빠른것이 아닌가! 라며 자만을 하며
병문안을 왔던 언니들과 급기야 화투치기를! 하면 놀았어요.
근데 그 다음날 살짝 생리처럼 피가 납니다.
담당의에게 전화를 하니, 혹시 감염의 위험이 있더니 항생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하여 일주일 동안 항생제를 먹었어요.
수술 + 2주
워크 프롬 홈 Work From Home 형태로 업무에 복귀를 하였습니다.
이미 약은 많이 줄인 상태였는데, 처음부터 바로 8시간 복귀로 넘어가니 의자에 계속 앉아 있기가 참 피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어쨌건 일을 하는데 크게 무리는 없었지만 역시 피곤하긴 피곤한 상태.
틈틈이 걷는 운동을 하며 몸을 회복해 갔습니다.
수술 + 4주
의사가 걷기 운동을 많이 하라고 하기도 했기에, 언니들 9인홀 치는 걸 구경하러 갔어요.
그러나 역시 그렇게 오래 걷기는 무리, 게다가 너무 정상적으로 보였던 나머지 골프채를 두어 번 휘두르기도 했고요,
결정적으로 4주차에 남편이 운영하던 가게에 일을 도와주러 갑니다.
그냥 주문만 받아줄 요량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설거지까지 하게 되는...
그러다가 그 다음날 다시 살짝의 하혈이 시작되더라고요.
마침 그날이 4주째 검진 받으러 가는 날이라 클리닉으로 갔습니다.
의사가 수술한 부위를 카메라로 보더니, 바로 거기서 지혈을 해주더라고요. (제법 아팠던 거 보니 살을 지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궁 적출 후 꿰맨 자리에서 다시 피가 조금 나는 것인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회복을 정도가 다를 뿐이다.. 라고 설명해 주는데, 회복 잘 되었다 까불다가 상처가 터진 거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생리를 시작하는게 아닌가 정말 그게 얼마나 걱정이 되던지요.
아무튼 다시 한 한 달 정도는 꼼짝 말고 조심하며 지냈어요.
그 후
다행히 그 이후로는 다른 문제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자궁을 적출시 저는 난소는 남겨놓았기 때문에 호르몬은 폐경 전까지는 정상적으로 나온다고 하였고요,
운동은 수술 딱 3달이 지난 후부터 하고 있습니다.
배에 힘이 없다, 살이 급격히 찐다 라는 소문도 들었는데, 딱히 인지할 수준은 아닙니다.
저는 개인 보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술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원래 계획대로 9월말에 수술했다면, 처음 발견하고 4개월 말에 수술을 할 수 있었을 거니까요.
만약 개인 보험이 없어 공공의료로 수술을 했다면 최소 6-7개월을 지내서 수술이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코로나 봉쇄 시기에는 수술이 더더욱 없어서, 아는 지인의 지인의 엄마는 몇번이나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갔는데도 일 년 후에나 수술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지인의 지인은 공공의료로 진료를 받았더니, 복강경 수술을 받으려면 또 몇달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그냥 배를 째서 하는 수술을 했다고 들었고요.
이렇게 실제 수술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많은 한국 분들이 수술할 일이 생기면, 굳이 한국 의료보험이 없어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물론 보험사가 내긴하였지만, 놀라운 병원비를 공개하자면,
- 병원비 : 3,500불
- 마취의사비: 3,400불
- 수술비: 17,150불
- 총 24,000불 (한화 2,000만원)
기타 MRI, 초음파, 검진비 등등 하면 이천 오백만 원 정도는 써야 했을 것 같네요.
저와 똑같은 병으로 한국에서 의료보험 없이 수술받은 친구가 있는데, 천만 원 정도 냈다고 하는 거 보면,
뉴질랜드가 두 배 이상 더 비싼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뉴잴랜드에서 수술을 받아본 후기로는
-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응급수술의 경우: 친언니 담석제거술(당일 수술), 친구: 암수술(한 달 안에 수술) 빨리 받을 수 있습니다.
- 개인 보험이 있는 게 좋겠구나. 보험이 없으면 검사를 한 번 받는 것도, 스페셜리스트 만날 약속을 잡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리거나 비쌀 것 같습니다. 물론 공공의료비는 무료입니다.
- 수술 후 받은 서비스는 진짜 최고구나. 간호사 분들이 많은 것처럼 느껴져서 (아시안 분들이 많았어요) 잘 케어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마지막으로 수술 후 안 아프다고 까불지 말자!
이상 뉴질랜드 복강경 자궁적출 수술 후기였습니다.
(난 아직도 백신부작용이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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