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라고는 아들 놓을 때 제왕절개뿐이 안 해본 사람이었는데, 이 먼 곳에서 자궁적출 수술을 하게 될지 몰랐지만, 다른 분들도 그럴 분들이 있을 수 있을 테니 제 경험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그때까지는 블로그를 다시 할 생각이 없었던지라 사진은 없습니다요
증상
생리량 증가 및 생리 기간 단축
제가 처음 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건, 첫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였습니다. 코로나 백신의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는 것이 아직까지도 내가 믿고 있는 부분입니다. 저는 머리가 너무 아팠고, 접종 이후 생리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게 됩니다.
평생 생리통도 없었고, 생리가 불규칙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따로 생리일을 기록하거나 한 적도 없는데,
백신 접종을 맞고부터 뭔가 이상할 정도로 생리양이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2차 백신을 맞고 나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1-2일 정도 양이 많았었는데, 백신 이후에는 풀로 5일 동안 너무 심하게 피를 쏟았죠.
심지어 생리기간이 점점 짧아지더니 한 달에 두 번 정도 생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무서워서 3차 접종은 못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즈음 살이 굉장히 많이 쪘음에도 불구하고 누워있는데 갑자기 배에서 혹 같은 게 만져지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GP를 만나러 갑니다.
GP 방문
2023년 5월, GP를 만나서 증상을 설명하고 혹을 만져보더니 바로 당일 초음파 예약을 해줬어요.
보통은 바로 예약은 거의 불가능한데, 직접 전화를 해주더니 "응급한 상황"이라며 마침 취소되었던 자리로 한 시간 후 시간을 받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가 마침! 기본 건강보험을 지원해 주던 곳이었어서, 제가 비용을 지불하진 않았지만, 응급으로 하려면 돈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초음파를 하고 나타난 병명은 10cm가량의 자궁근종!
GP가 산부인과 전문 의사로 Reference를 해줍니다.
이때 Private 보험이 있으니, 유료로 상담가능한 스페셜리스트 의사와
공공이라 무료로 상담가능한 스페셜리스트 두 곳에 다 웨이팅을 걸었습니다.
아, 그리고 피검사 결과가 나온 후에 의사가 전화가 왔더라고요.
니 철분수치가 너무 낮다. 철분제로 해결될 것이 아니니 와서 철분제 주사를 맞으라고요.
먼가 갔더니 120이 정상인데 70 정도였다고 하더라고요. 간호사가 철분제를 놓아주면서, 그동안 엄청나게 피곤했을 텐데 어떻게 생활했냐며...
저는 단지 살이 쪘고, 운동을 안 해서 피곤한 줄 알았습니다.
산부인과 전문 의사 (1차)
사보험 (Private insurance)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스페셜리스트 의사를 만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진짜로 죽음과 삶을 결정짓는 병이 아니라면 (예를 들어 암), 보통 이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기까지 두어 달 정도가 걸립니다.
저는 7월 말에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났습니다. 그 의사가 제시한 방법은 세 가지였습니다.
- 자궁 미레나 삽입 : 호르몬을 방출하는 미레나를 삽입하여, 생리를 멈추고 근종으로 유입되는 피 양을 줄임,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아니나, 나이가 나이인지라 언제 폐경이 올지도 모름
- 근종으로 유입되는 혈관 죽이기: 뭔가 특별한 용어가 있었는데 까먹었네요.. 이건 당일치기 시술 같은 거라고 했고요
- 자궁적출
1-3번으로 갈수록 더 비싸지만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하였죠,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어차피 사보험이 있으니 내 돈 드는 것도 아니라, 일단은 1번부터 시도해 보고, 안되면 2번, 또 안되면 3번 이렇게 합니다.
이날 조직검사와 피검사도 다시 받았어요.
이때쯤 저는 이직을 하였는데,
새로운 회사는 보험이 지원이 안 되는 곳이어서, 개인 사보험으로 바꿨어요.
병이 있어서 전환이 안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미레나 사용
미레나는 스페셜리스트와 상담한 날 당일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 방법이 먹힌다면 생리가 멈추게 되고 근종으로 유입되는 피도 멈추게 되겠죠.
그런데, 저는 이 미레나는 사용하자마자 폭풍하혈을 경험하게 됩니다.
생리 양의 수준을 넘어, 피가 끊임없이 나오는 수준이었어요.
뭐랄까, 이렇게 피를 쏟고도 안 쓰러지는 게 신기하다 정도의 수준?
그러다가 결국, 피를 쏟아짐과 동시에 미레나도 같이 빠져나와 버립니다. 아마도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 거 같아요.
그래서 8월경 다시 한번 같은 스페셜리스트를 만나게 됩니다.
그때는 의사가 하는 말이, 네가 아이들 더 가질 계획이 있느냐, 없다면 나이가 적지도 않은데 그냥 자궁을 적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자신이 복강경 수술 잘하는 의사를 알고 있으니 소개해주겠다.
그리고 그때는 피나는 게 너무 무서울 지경이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였어요.
할 말이 참 많은 복강경 전문 의사 면담
첫 상담은 9월이었습니다. 한국은 근종만 떼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정도의 영어는 안되어서 못 알아먹은 건지 그냥 자궁 전체를 떼는 방법을 설명해 주더라고요,
그때는 피 양을 줄이는 약을 먹고 있을 때였긴 하였는데, 미레나 사용 후 제거 이후에는 거의 한 달에 25일 이상의 하혈이 일어날 때였습니다. 그리고 수술은 최대한 빠른 10월 초에 잡았습니다.
그때가 한참!! 회사가 바쁠 때라 보스가 굉장히 싫어해서 저도 맘이 많이 상했었죠.
뉴질랜드에서, 다른 일도 아니고 수술 때문에 휴가를 쓴다는데,
게다가 이직 후 6개월이 안되어서 Sick Leave도 없어서 내가 모은 일반 휴가를 쓴다는데도 말이죠.
어째 거나 복강경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보험회사에 Pre Approval을 받아야 합니다.
공공으로 수술하는 게 아니면 수술비가 굉장히 비싸거든요.
난생처음으로 MRI도 했네요. 정확한 근종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이 MRI 검사도 수술 전에 먼저해야하는게 검사 시간 잡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사보험이 있어도 오래걸려요.
몇번이나 전화해서, 나 곧 수술해야해서 빨리 검사해야하는데? 라고 이야기를 해서 경우 날짜를 잡았습니다.
그런데 수술하기 불과 2-3일을 남기고 의사에게 전화가 옵니다.
수술실이 주말이라 간호사가 모자라서 수술이 취소되었다고 미안하다고, 수술을 이주 연기해야겠다고요.
제가 뭐 힘이 있겠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그런데 웬걸, 수술 전날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수술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확인차 전화했다며.
"엥? 나 의사에게 수술 취소 되었다고 전화받았는데??? " 했더니 이 사람이 굉장히 당황하며.. 미안하다고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자기들은 연락을 못 받았다고 하네요. ㅡ.ㅡ
그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수술을 2주 후에 하게 되면, 10월 중순이고,
내가 4년 만에 한국을 가려고 비행기를 예약해 놓았는데,
수술을 하면 6주 동안 비행기를 못 타게 된다는데, 그럼 한국을 혹시나! 못 가게 될 수도 있고,
뭐 어차피 늦어진 거 12월까지만 버티면 Sick Leave를 쓸 수 있으니 내 휴가도 아낄 수 있을 거 같고,
혹은 한국 가서 추가로 더 검사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고...
뭐 이런 여러 가지 이후로 의사와 상담을 하려고 클리닉에 전화를 하였더니,
의사가 1주일 동안 휴가를 가서 없다고 하네요 ㅎㅎㅎㅎㅎㅎ
본인의 사정으로 제 수술이 연기된 거였나 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아 그런데 이곳 뉴질랜드는 다른 대안이 많지 않아요.
더 웃긴(?) 것은, 내가 한국 갔다 와서 수술을 받고 싶다고 10월 중순 수술을 취소하였더니,
클리닉의 사무 보시는 분이 다급하게 전화를 하네요.. 당장 의사가 만나고 싶어 한다며....
그래서 의사가 휴가 다녀온 후에 방문을 다시 했더니,
뭔가 MRI 결과가 심상치 않다며... MRI 의사는 종합적인 소견으로 크게 이상이 없어 보인다고는 했지만,
자기가 보기에는 혹시나, 만에 하나 육종암일 수도 있다고 하대요.
가족력에 육종암이 있고, 친한 친구가 육종암이 발병하였던지라 그 암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아는 편이었는데,
왠지 아닐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조직검사 상 아무 문제도 없었고, 피검사에서도 아무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았거든요.
또 그때는 한국에서 수술하는 방법도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어서,
한국 다녀온 1월에 수술한다는 생각을 고수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이 의사는, 너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진짜 괜찮겠냐며 계속 겁을 주더라고요.
그래도 나는 한국을 못 갈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고, 수술 날짜를 당기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최종 수술 날짜는 2024년 1월로 결정됩니다.
근데, 진짜 황당한 것은,
그 상담을 마친 며칠 후에, 공공 웨이팅 (Public) 걸어놓은 곳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근종 관련해서 의사 예약을 잡아주겠다며, 아직도 필요하다며...
5월에 GP가 웨이팅을 걸었으니, 5개월 말에 전화를 받는 거네요.
의사를 바꾸고 싶기도 해서 약속을 잡을까 하다가, 아 그러면 다시 또 여러 가지 검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그래서 그냥 수술 날짜 이미 잡았다 하고 끊었네요.
이 복강경 전문 의사는 사보험 환자만 받는 것이 아닙니다.
공공 의료로 접수된 환자 수술도 해야 해요.
다만 공공의료로 접수된 환자와 사보험 환자의 치료비 수가가 현저하게 틀리겠죠.
아, 이래서 나한테 빨리 수술받으라고 한 거구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더라고요.
그렇치만 역시, 맘에 안 들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노쇼어 응급실 방문
거의 매일이 하혈의 연속이었지만 어느 날 저녁에 양이 정말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하혈양이 너무 많아 자는데 계속 잠에서 깨고,
침대 시트를 2번을 갈아야 정도로 피가 나서,
아침에 노쇼 병원 응급실을 방문합니다.
그날 아침에도 거의 한 시간에 패드를 4-5개를 갈아야 할 정도였어요.
응급실은 사실 진짜 응급한 환자가 아니면 받아주질 않습니다.
그런데 피를 너무 많이 흘린다고 하니, 일단 갈아입을 옷을 주고 침대에 누워있으라고 하더라고요.
침대에서 기다리니 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 질문들을 합니다.
1월에 수술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이야기도 했고요.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또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피가 점차적으로 멎더라고요.
새벽에 못 잔 잠을 자느라 자고 있으니 점심시간이 지나서 처음으로 의사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는 피가 어느 정도 멎었을 때라, 의사가 진찰을 해보더니, 병원 산부인과 의사랑 의논을 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병원을 가자마자 의사를 만났었다면, 그 정도의 하혈하는 것을 보았다면, 아마 당일날 그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이미 수술날짜도 잡혀있었고, 피도 거의 멈춘 상황이어서 당일 수술은 힘들 것 같다는 합니다.
뭐 어째 거나 이래 저래 약도 받았고, 맘의 안정도 얻고 집으로 왔어요.
참 이 나라 응급실은 무료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실제 수술과 회복 이야기는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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